1. 개요
아룬드 타로 메이저 아르카나의 8번 카드.
2. 내용
금빛 고수머리의 키가 큰 청년은 거대한 방패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방패에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사나운 표정을 가진 사자의 머리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처럼 붙어 있다. 청년은 어떤 무기도 갖고 있지 않으며 갑옷도 입고 있지 않다. 단지 끈으로 된 샌들에 푸른 겉옷을 걸쳤을 뿐이다. 사자의 머리는 오랜 싸움 끝에 쟁취한 전리품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제부터 싸움을 벌여 제압할 적인 듯도 보인다. 아련한 회청빛 눈동자를 한 젊은이의 눈은 평온하면서도 약간 슬퍼 보인다.
그의 존재는 그 스스로보다 죽음 카드의 주인공인 웨인단의 연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인릴 유리아나키드이며, 그의 성 ‘유리아나키드’는 현 이스나미르 왕가의 성인 듀플리시아드와 함께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몇 안 되는 성 가운데 하나다.
인릴의 별칭은 ‘흰 발의 거인’이다. 그러나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되풀이하는 웨인단을 언제고 기다리는 자라는 사실 외에 그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적은 편이다. 그는 평범한 영혼들처럼 몇 번인가 환생했지만 그때마다 웨인단과 그는 서로를 완벽히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는 별칭대로 키가 몹시 크고, 단단한 근육질의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강력한 전사이기도 했다. 그는 한때 옛 달크로즈의 성문을 지키는 자였는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적대적인 괴물을 잡아죽였다. 방패에 달린 사자머리는 본래 머리는 사자에 몸은 십여 개의 뿔이 솟은 도마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던 사악한 드래곤 ‘크로노모드’를 나타낸 것인데, 인릴과 싸웠던 괴물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적이었다. 독을 품은 브레스를 뿜고 칼처럼 날카로운 꼬리를 휘두르 는 크로노모드와 인릴은 칠일 밤 칠일 낮을 쉬지 않고 싸웠다. 마침내 인릴이 지칠 대로 지쳐 주저앉았을 때, 묘하게도 이 짐승 역시 똑같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둘은 서로 발끝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지척에서 바라보면서도 서로를 해칠 수 없었다.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으며, 상대에 대해 완벽하게 감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그 종족의 관점에서 보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감동시켰다. 둘은 함께 있기를 원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인릴은 크로노모드의 목을 쉽게 베어 자신의 방패에 달 수 있었다.
그러나 크로노모드는 결코 제압된 힘이 아니다. 그는 폭력이 아닌 다른 것에 굴복했으나 결코 본래의 난폭한 성질을 버리고 순종할 마음은 갖고 있지 않다. 인릴은 크로노모드로 상징되는 자연의 폭력과 외부의 도전을 거칠게 살해하는 대신, 자신 속으로 받아들여 한 자리를 내주었다. 방패를 들여다보는 인릴은 결코 승리자나 정복자가 아니다. 그는 언제고 다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운 힘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내면의 감시자이다. 그리고 힘 카드가 주는 함의가 바로 그러하다. 눈앞의 방해자, 도전자, 덮쳐 오는 악의 어린 인생의 단면을 힘으로 정복하고자 하나 실패하고, 결국 자신 안에 한 자리를 내주어 끊임없이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살아 있는 한 이러한 방해와 도전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것을 누르고 부드럽게 하는 것은 바로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보다 강인한 정신이다.
아룬드 스프레드에서 키티아, 즉 예지의 자리에 놓인 힘 카드는 그리하여 이러한 해석을 얻는다. 그의 미래는 크나큰 도전과 그에 대한 대항으로 점철될 것이며, 도전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그 스스로 믿어 오던 강력한 외면의 힘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깨닫는 것에서 비롯될 것임을. 그토록 미워하고 두려워하던 적은 살해될 수 있는 자가 아니며 단지 자신의 내면에서 용해되어 존재할 수 있는 자일 뿐이다 그렇게 마음 안에는 이미 파괴자를 위해 비워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사실에 대한 예지가 결과에 앞서 서서히 다가올 것이며, 그 결과 외면적 힘에 의존하여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 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진정한 힘은 무엇인가 되돌아 볼 기회 또한 주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