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und Chronicle
아룬드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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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아르나

비화/전해지는 이야기
게시글 등록 시각: 2026. 8. 29.
처녀 아르나
작자 메란 두하스
출처 세월의 돌 3권

1. 개요

트루바드 음유시인인 계관자 메란 두하스가 집필한 서사시.

아르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 내용

처녀는 말했다.
”내가 그대를 구해 줄 수 있어요. 상응하는 대가만 준다면!”
농가의 처녀는 그가 지금껏 보아온 여인들이 생명처럼 여기던 우아한 예절을 알지 못하였다. 그가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혔으나, 그 이름의 무게를 알지 못하였기에 고귀함에 무릎 꿇지도, 권위에 겁을 먹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레오 로아킨은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처녀여, 원하는 것을 말하시오. 이제 그대의 도움 외에 기대할 것이 없는 나로선, 그 대가가 무엇이든 거절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드오만.”
처녀는 다시 말했다.
”약속하시겠지요? 고귀하신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 대가는 우선 제가 그대를 구해 드린 다음에 받도록 하지요. 흰 햇살이 봄을 비추고 있나니, 밀린 빨래를 하기엔 아주 좋은 날이지요. 어머니도, 그 누구도 모르게! 그러니 오후가 되기 전에 그대는 동료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레오 로아킨이 말했다.
”그대가 나를 찾아내지 아니하였더라면 내가 어찌 이 곤경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대는 진정 미라티사 정령인만큼이나 반가운 이요!”
처녀는 대꾸하였다.
”미라티사라면, 저보다 훨씬 더 솜씨 있게 해냈겠지요! 곤경에 빠진 이에게 저처럼 대가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리하여 처녀 아르나는 레오 로아킨을 곤경에서 구해 냈다. 이스나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뚜렷한 구분이 있다. 아르나는 솜씨 있는 처녀였고, 그래서 레오 로아킨이 할 수 없는 일, 즉 진창에 빠진 그의 옷과 신발을 금방 손질하여 세탁했으며 그를 자신의 방 안에 숨겨 주었다. 레오 로아킨에겐 갈아입을 옷이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아르나가 방에 돌아왔을 때, 매우 애매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흰 햇빛이 숲을 비추는 따뜻한 봄, 할 일을 다 한 농가의 처녀는 그에게 약속한 대가를 요구했다.
<div align-”right”>- 1장 37편

“인간 처녀여. 그대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소.”
아르나는 눈썹을 올리고, 일곱 명의 고귀한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들에게 차례로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흰 뺨과 이마에는 결심을 품은 자의 견고함이 흘렀다.
”그런 결정은 내가 할 것입니다."
"어째서?”
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장로는 그녀의 대답에 일순 동요한듯,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농가의 처녀였던 아르나에게는 이 순간 앳된 아름다움과 순결한 매력만큼이나 당찬 의지와 굽히지 않겠다는 투지가 빛났다.
과거라면 감히 발을 들여놓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곱 장로의 자리’에서도 그녀는 겁내지 않았다. 예의는 지켰지만, 그녀의 권리 앞에서 그녀는 수줍어하지도 않았고,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나의 것이에요. 내 것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권한이 여러분에겐 없어요, 고귀한 분들이여. 그는 이제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이기 전에 아르나의 연인이니까. 그것이 먼저예요.”
장로들 사이로 술렁거림이 퍼져나갔다.
그녀의 말은 놀라웠다. 이들 일곱 장로에게 ‘결정은 내가 하겠다’라고 말한 자는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영적 존재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귀한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를 두고 ‘나의 것’이라는 말을 뱉은 여인도 또한 없었다.
<div align-”right”>- 24장 138편